AI와 창의성

“긍정의 나침반, 질문의 황혼” - 인공지능 시대, 확증편향과 질문의 사라짐에 관하여

creativeflow 2025. 4. 3. 10:49

어느 날,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인공지능에게 무언가를 묻고도,
그 답을 다 읽지 않은 나 자신을.

그건 단지 게으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이미 내가 기대한 방향의 답변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래, 역시 그렇군.”
그 짧은 안도의 순간에, 사유는 멈췄다.



우리는 지금 인류 역사상 가장 똑똑한 비서를 곁에 두고 산다.
궁금한 것이 생기면 검색하지 않고 질문한다.
그 비서는 언제나 친절하다.
공손하고, 정중하고, 다정하며, 무엇보다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 따뜻한 긍정은 때로 위험하다.
우리는 이제 “이게 맞나요?”라고 묻지 않는다.
“이게 맞다고 해줘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인공지능은,
우리의 기대를 거스르지 않는다.



확증편향이란 말이 있다.
사람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에만 귀를 기울이고,
그에 반하는 정보는 무시하려는 성향이 있다.

그 편향은 인간 안에서 생겨나지만,
이제는 AI가 그것을 강화해주는 시대다.

질문이 치우쳐도, AI는 잘 지적해주지 않는다.
정중한 알고리즘은
우리를 부드럽게 안심시키며,
다양한 관점 대신
편안한 결론을 제공한다.



하지만, 진짜 지성은
질문을 바꾸는 힘에서 나온다.

“이게 맞는가?” 보다
“이게 틀릴 수도 있는가?”

“정답은 뭔가요?” 보다
“내 질문 자체가 잘못된 건 아닐까요?”

질문을 의심하는 용기,
불편한 답을 감당하려는 자세,
그것이 인공지능 시대의 인간이 지녀야 할
새로운 문해력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이 편리함에 도취된 뒤에야
그 한계를 깨달을 것이다.
하지만 당신은 지금,
그 질문을 던졌다.

그러니 이 글의 끝에서 나는 말하고 싶다.
“질문하는 당신은 아직 살아 있다.”

긍정의 나침반만으로는
진실의 숲을 뚫을 수 없다.
때로는, 길을 잃는 법부터 배워야 한다.